엊그제 언니를 따라간 글램핑에서 면접제의 전화를 받았다. 자소서도 제출하지 않은 내게 먼저 연락이 온 걸 보면, 가고 싶은 회사는 아닐 것이 분명하나 연습삼아서라도 면접엔 자주 가라는 말을 많이 들었기에 수락했다. 면접은 내일이다. 오전 10시란다.
그 회사는 중소기업에 집과 꽤나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. 3개월 동안 훈련비 명목으로 매달 30만원을 준다고 한다. 내 약값은 한달에 3만원이다. 내가 살고 있는 집은 관리비가 27만원이다. 이 글을 쓰고 있는 키보드는 30만원(+8)이다. 이 참에 책상 위 집기의 가격들을 합해보자. 키보드와 노트북을 제외하고, 노트북 거치대 2만원, 패드 거치대 1만원, 마우스 5만원, 컵 1만원, 코테 책 3만원, 이어폰 2만원, 티셔츠 4만원, 바지 1만원, 의자 20만원. 집에서 차지하는 딱 요만큼의 것들도 사지 못하는 30만원. 교통비 약 6만원을 제하면 24만원이다.
지난 알바처에서 아직도 일하고 있는 친구들이 말했다. 근무가 코로나로 당일 취소가 되어 일급에 대한 정산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퇴근했다고, 약 10시간의 연속 근무동안 끼니는 커녕, 간식 하나 먹기 힘들어 어지러웠다고. 어지러이 쏟아지는 말들 속엔 중간관리자를 포함한 (보다 나은 고용조건의) 동료들이 배달음식을 먹고 있었다는 얘기도 있었다.
또 다른 나의 절친은 지난 추석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. 사실상 나라에서 주는 6개월 지원금이 끝나는 달에 맞추어 해고당했다. 회사는 친구를 고용하기 이전엔 공모전 및 서포터즈, 인턴 명목으로 영상들을 찍어냈고, 그 대학생들은 월급대신 봉사시간을 받았다. 고용기간 동안 사장은 살갑고 싹싹한 여직원을 원했으나, 친구는 씩씩하고 당찼기에 사장의 비난을 고스란히 받았기에 퇴사를 진심으로 축하해줬다. 재능많고 열정많은 내 친구들의 하루를 반 이상이나 가져가는 회사들이 그 값마저 제대로 쳐주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.
보상에 무감했던 나에게 여느 때보다 돈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가득채운다.
돈.돈.돈.
돈을 의식하지 않고도 삶을 영위할 수 있다면, 그랬을 텐데. 지키고 모으려고 안간힘을 써야만 손에 쥐어진다는 걸 알아가고 있다. 그리고 세상은 순진한 사람을 꽤나 잘 속인다. 글을 떠올리는 대로 화면에 옮겨적는 타이핑의 순간처럼, 일과 급여가 익숙한 피로감으로 다가오는 날을 기다린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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